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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Foriegn EP & Albums

Ariana Grande [My Everything] (2014)

 


데뷔 앨범 「Yours Truly」(2013)에서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이하 ‘아리아나’)는 90년대 알엔비의 감성을 2010년대식으로 깔끔하게 재현해내며 폭넓은 연령층의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는 90년대 알엔비 음악계의 히트곡 제조기이자 명 프로듀서였던 베이비페이스(Babyface)의 프로듀싱이 큰 역할을 했지만, 파워풀한 가창력과 강약조절 능력을 고루 갖춘 아리아나의 훌륭한 노래 실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다른 디즈니/니켈로디언(Nickelodeon) 채널 출신의 젊은 여가수들이 일반적인 트렌디 팝/알엔비 가수들과 큰 차별화를 하지 못했음을 생각해보면 아리아나의 복고적인 감수성과 세련미의 조화, 그리고 능수능란한 곡 소화 능력은 그녀만의 확실한 강점이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14년 두 번째 정규 앨범 「My Everything」으로 돌아온 아리아나는 전작의 음악 스타일에서 조금 방향을 틀었다. 일단 이번 앨범에서 아리아나는 그녀에게 ‘90년대 감수성’을 불어 넣었던 베이비페이스 대신 맥스 마틴(Max Martin), 라이언 테더(Ryan Tedder), 데이빗 게타(David Guetta), 쉘백(Shellback) 등 최신 트렌드와 가까운 프로듀서/작곡가들을 파트너로 택했다. 덕분에 전작에서 넘실대던 베이비페이스 특유의 부드럽고 달콤한 90년대 알엔비는 한발 뒤로 물러났고, 대신 소위 ‘EDM’이라고 불리는 최신 전자댄스음악과 더불어 역시 요즘 스타일 힙합과 알엔비의 요소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이 앨범에서 아리아나는 전작에 비해 상당히 많은 뮤지션들을 게스트로 참여시키며 음악적 풍성함을 더했다. 그 중 2014년 상반기 빌보드 차트에서 가장 주목받은 뮤지션인 이기 아젤리아(Iggy Azelea), 인기 DJ들인 제드(Zedd)와 캐시미어 캣(Cashmere Cat), 신인 알엔비 뮤지션 위켄드(The Weekend) 등의 이름을 통해 아리아나가 이번 앨범을 통해 최신 트렌드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단단히 마음먹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 전환 속에서도 그녀는 90년대 느낌의 복고적인 감각을 완전히 폐기처분하지는 않았다. 넘실대는 전자음악비트나 요즘 방식의 알엔비/힙합 리듬 속에서도 그녀의 보컬은 종종 초기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를 연상시킬 정도로 요즘의 젊은 여성 보컬들과는 다른 단순함과 달콤함의 미학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노래들의 멜로디 라인 역시 친숙함과 매끄러움을 강조하는 90년대 알엔비 특유의 성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 4월 싱글로 발매되어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르며 큰 성공을 거둔 곡 <Problem>에서 잘 드러난다. 이기 아젤리아의 랩핑이 빛을 발하는 이 곡은 맥스 마틴, 쉘백 등이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최신 감각에 걸맞은 사운드를 선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아리아나 특유의 힘찬 보컬과 복고적이고 수려한 멜로디 역시 인상적으로 드러나는 노래이기도 하다. 데이빗 게타가 만든 곡 <One Last Time> 역시 클럽에서 나와도 좋을 것 같은 세련된 전자비트 속에서도 달콤하게 전개되는 멜로디 라인 덕분에 요즘의 흔한 전자댄스음악과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또한 DJ 캐시미어 캣과 함께 한 <Be My Baby>는 ‘90년대 알엔비에 요즘 식으로 손을 대면 이런 느낌의 곡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복고와 트렌드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곡이다.

반면 복고적 감수성보다는 최신 트렌드 쪽으로 무게 중심을 강하게 둔 곡으로는 지난 7월 두 번째 싱글로 발매된 <Break Free>를 들 수 있겠다. 빌보드 싱글 차트 4위까지 오르며 큰 히트를 기록한 이 노래는 DJ 제드가 프로듀싱한 곡으로, 아리아나의 개성인 복고적인 감수성을 제거한 완벽한 2010년대 스타일의 전자댄스음악이다. 또한 신스팝을 연상시키는 물 흐르는 듯한 리듬감의 전개가 인상적인 <Love Me Harder>, 힘차게 쪼개지는 트렌디 힙합 비트가 곡의 전면을 지배하는 <Hands on Me>, 그리고 디럭스 버전 CD에 수록된 빌보트 Top5 히트곡 <Bang Bang>(제시 제이(Jessie J), 니키 미나즈(Nicky Minaj)와 함께 한 곡) 역시 동시대적인 음악 조류를 잘 반영하여 소화하고 있는 ‘만 21세의 젊은 뮤지션’으로서의 아리아나의 매력을 잘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좀 더 보편적인 감성의 발라드/슬로우 템포 노래들까지도 멋들어지게 부르고 있는 아리아나의 모습은 <Why Try>, <Best Mistake>, <Just a Little Bit of Your Heart>에서 확인할 수 있다.

10대 청소년 배우 출신이자 이제 겨우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갓 스무 살이 넘은 풋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리아나가 보여주는 음악적 능력과 영리함은 상당한 수준이다. 이 시대의 디바라고 할 수 있는 케이티 페리(Katy Perry)나 리한나(Rihanna), 혹은 경력의 흐름 측면에서 비슷한 길을 걸어온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 등과 비교하면 아리아나는 비교적 정석적인 방식으로 음악적인 발전을 이루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복고와 세련미를 다 잡아내고 있는 아리아나가 자신에게 조금 부족한 ‘음악적 깊이’를 갖추는 날, 그녀는 2010년대의 디바로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Ariana Grande - Problem(feat. Iggy Azalea)